손금주 변호사
경술년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은 외세에 의해 국권을 상실하며 경술국치라는 치욕을 겪었다. 115년이 지난 을사년 2025년 1월 3일, 대한민국은 또 다른 형태의 국치라 할 수 있는 법치주의 붕괴를 목도했다. 1910년 대한제국의 대신들에 의해 나라가 넘겨졌다면, 2025년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의해 200명의 인간 방패를 무기 삼아 법치가 무너졌다. 이는 법치국치라 부를 만한 사건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2025년 1월 3일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사망한 날이다. 법원이 합법적으로 발부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대통령 경호처의 물리적 저지로 인해 집행되지 못한 것이다. 무려 5시간 반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생중계되어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무너지는 치욕의 날로 기억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정상적으로 발부된 체포영장은 법원의 명령이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문서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된 사법부가 내리는 강력한 법적 권위의 상징이고, 사법부가 국민을 대신하여 내리는 법적 판단이다. 체포영장은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을 실현하는 도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경호처가 법원의 명령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것은 사법부의 권위를 부정하고,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행위다.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의 체포를 막는 데 그치지 않고, 법의 지배라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추락시키는 심각한 사태로 평가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재임 중 형사소추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이 법 위에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불소추 특권은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특히 대통령이 내란 범죄 행위를 저질렀을 때 불소추 특권은 사라진다. 체포영장의 발부는 이러한 헌법적 경계 내에서 사법부가 판단한 결과이며, 그 자체로 법적 정당성을 가진다.
문제는 대통령 경호처가 이러한 법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물리적 힘으로 체포영장의 집행을 저지했다는 점이다. 이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넘어선 초법적 행위로,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인 권력 분립과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비상계엄 이후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경호처의 뒤에 숨지 말라.
이번 사건은 단순히 체포영장이 집행되지 못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법치주의는 모든 권력이 법에 의해 통제되고,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하지만 국가 기관인 경호처는 대통령의 사병이 되어 이러한 국민의 믿음을 무너뜨렸다. 법원이 발부한 영장이 집행되지 못하는 현실은 국민들에게 법의 권위와 정의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이 법치주의를 다시금 되새길 기회로 삼아야 한다. 법치주의는 단순히 법을 준수하는 것을 넘어, 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민주주의의 보루이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위가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고, 대통령의 행정권도 국회의 입법권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이 사건은 단지 대통령과 경호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 전체가 법치주의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에 대한 시험대다. 국민, 언론, 법조계 모두가 이번 사태를 냉철히 분석하고, 법의 지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2025년 1월 3일은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이 날이 법치가 사라진 날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법치주의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는 공수처의 손에 달려 있다. "공수처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임을 전 세계에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회복하고 민주주의의 근본을 지키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